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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선의가 차별이 되는 순간, 차별의 구조, 차별의 공범, 차별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by zziny02 2025. 2. 28.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표지 사진.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차별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을 나쁜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은 차별과 무관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선의가 항상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조명하며, 무의식적인 차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우리는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의 언어와 행동 속에 숨어 있는 차별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책이다.

1. 선의가 차별이 되는 순간

차별은 대개 악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선의로 행한 말과 행동이 오히려 차별을 강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여성치고 능력이 뛰어나네요." "요즘은 장애인들도 사회에 잘 적응하네요." 같은 말들은 겉으로는 칭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여성은 원래 능력이 떨어진다', '장애인은 사회 적응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이런 '선량한' 표현들이 차별을 정당화하고, 사회 속 편견을 공고히 만든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때문에, 차별을 행하는 사람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노골적인 혐오 발언이나 의도적인 배제가 아니라, 선의로 포장된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의식적 차별 사례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차별을 내면화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경험하며,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임을 깨닫게 된다.

2. 차별은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개인이 아무리 공정하려 해도, 사회 전체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차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이 개인의 의도나 감정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차별’에 대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군에 남성이 많은 이유가 단순히 여성들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남성 중심으로 형성된 노동 환경이 여성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 것일까?

책에서는 구조적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채용 과정에서의 불평등, 교육 기회의 차이,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단순히 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차별을 유지하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을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본다. 하지만 이 책은 차별이 어떻게 사회적, 제도적 시스템 속에서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며, 이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3. 우리는 모두 차별의 공범일 수 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이 특정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차별을 재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학습하고, 미디어와 사회적 관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인 사고방식을 내면화한다. 즉, 아무리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차별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인종, 성별, 학벌을 가진 지원자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의도적인 차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이 결국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리는 차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보며, 차별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차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 책은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방어적인 태도 대신, ‘내가 알지 못했던 차별이 있을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

4. 차별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단순히 차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차별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열린 태도로 학습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일상에서 차별적인 언어를 줄이는 방법, 차별적인 구조를 깨기 위한 작은 실천들, 그리고 제도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볼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여성 직원이 특정한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시될 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차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또한, 차별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선량함’이라는 방패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오해한 거야.” “원래 그런 표현을 많이 써.” 같은 반응은 차별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한다. 이 책은 우리가 차별을 지적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차별적인 표현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결론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이 단순히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선의조차도 차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차별을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차별을 지적받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들며,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을 인식하고 바꾸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