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는 삶과 선택, 후회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노라 씨드(Nora Seed)가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서, 후회와 만족이 어떻게 인생을 형성하는지를 탐색한다. 후회 없는 삶이 가능할까? 우리가 내린 선택은 정말 최선이었을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1.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개념 – 다중우주와 선택의 철학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가장 독창적인 설정은 제목 그대로 "한밤중의 도서관"이다. 이곳은 현실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주인공 노라는 자신의 인생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체험할 수 있다.
이 개념은 물리학의 다중우주 이론(multiverse theory)과 연결된다. 다중우주는 우리가 내린 선택 하나하나가 각각의 다른 현실을 만든다는 이론으로, 우리가 한 가지 선택을 하면, 동시에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우리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며, 선택의 순간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적으로도 이는 결정론(determinism)과 자유의지(free will) 사이의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선택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후회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준다.
2. 후회 없는 삶은 가능한가? – 실존주의적 관점
노라는 삶의 다양한 버전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가 반드시 행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예를 들어, 그녀가 과거에 꿈꿨던 수영 선수가 된 삶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느낀다. 유명한 록밴드의 멤버가 된 삶에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희생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실존주의 철학, 특히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사상을 연상시킨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하며, 후회보다는 현재의 선택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부아르 역시 "삶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과거에 대한 후회는 현재를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이러한 실존주의적 관점을 반영하며,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3. ‘완벽한 삶’은 존재하는가? – 행복의 기준에 대한 질문
노라는 여러 개의 다른 삶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기대했던 완벽한 삶이란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삶은 항상 예상치 못한 변수로 가득 차 있으며, 우리가 생각했던 "행복한 삶"은 실제로는 허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참된 행복)" 개념과 연결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순간적인 기쁨이 아니라, 삶 전체를 조화롭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즉, 우리는 단순히 특정한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라는 처음에는 후회를 없애기 위해 "완벽한 삶"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 모든 삶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며, 어떤 삶이든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우리가 현재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4.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주는 교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후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회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라는 마지막에 결국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현재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한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아쉬워하는 대신, 지금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후회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후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느냐는 것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바로 이 점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결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보다는, 현재를 받아들이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완벽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삶은 우리가 선택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 선택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우리가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작품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단 하나뿐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야 한다.